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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영화 '메모리아' 소개
- 감독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출연 : 틸다 스윈튼, 엘킨 디아스, 잔느 발리바, 후안 파블로우레고
- 개봉 : 2022.12.29
- 장르 : 드라마
- 상영시간 : 136
- 관람가 : 12세 이상
2. '메모리아' 요악
"쿵"
제시카(틸다 스윈튼)는 어느 날 밤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깬다. 분명 큰 소리인데 밖을 내다보니 그 누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치 그 큰 소리를 혼자 들은 듯하다. 아니면 환청인가?
스코틀랜드가 고향인 제시카는 지금 꽃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입원한 동생을 찾아가는 것이 일과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 큰 소리가 몇 번 더 들리자 지인의 소개로 사운드 엔지니어 젊은 청년 에르난(후안 파블로 우레고)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만이 듣는 소리에 대해 설명한다.
"그냥 소리에요, 설명하기 어렵네요. 큰 공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어요. 콘크리트 공이 금속으로 만든 우물에 떨어지는 소리요. 금속성의 그 소리가 울리는 곳은 지구 중심부 같았어요"
에르난은 사운드 컴퓨터를 이용해서 제시카가 들은 소리를 아주 근접하게 재현을 해준다. 며칠 뒤 제시카는 다시 에르난을 찾아갔지만 밴드 연주자들만 있을 뿐 에르난은 사라졌다. 아니 그런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혼란에 빠져 정처없이 걷는 제시카는 어느덧 숲 속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 역시 에르난(엘킨 디아즈),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기억하는 존재다. 돌멩이에 새겨진 소리까지 재생할 수 있는 에르난과 연결된 제시카는 자연과 사물에 겹겹이 쌓인 소리를 들으며 알 수 없는 감흥을 느낀다.
이제 그를 통해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3. 관람 포인트
3.1. 감독의 작품들
위라세타쿤 감독은 늘 개인적·집단적 '기억'을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기억은 자아를 형성해주는 기반으로 내가 영화를 찍는 이유도 내 기억을 풀어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 엉클 분미(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2014) : 죽음을 눈앞에 둔 신장질환 환자인 엉클 분미는 전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나날을 시골에서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기로 맘먹는다. 어느 날 죽은 아내의 유령이 그를 돌보기 위해 나타나고, 오래전에 사라진 아들이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의 이유를 생각하던 분미는 가족들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분미가 처음 생을 시작했던 신비로운 동굴로...
- 열대병(Tropical Malady, 2004) : 독창적인 실험영화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군인 켕이 친구 통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고, 2부는 군대에 복귀한 켕이 마을에 나타난 괴물(호랑이)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사랑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켕의 모습을 다루는 영화이다.
3.2. 콜롬비아 국내 문제들
"그저 직감에 따라" 여행하던 중 콜롬비아에 도착한 위라세타쿤 감독에게 그곳에서 보고들은 역사적·정치적 상황은 '메모리아'에 영감이 됐다.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내전과 마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영화를 찍기 몇해 전 평화협정(정부와 반군)이 체결됐지만 여전히 어떻게 수많은 시민들의 죽음을 책임질 것인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3. 제시카와 "쿵"
'폭팔성머리증후군'이란 수면장애를 겪은 감독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제시카를 만들었다. 잠이 들려는 순간 혹은 수면 도중 느껴지는 폭팔음이 콜롬비아가 지닌 기억 속 소리들의 결합이고, 그것을 들은 사람은 제시카이다.
"콜롬비아가 겪은 혼란은 우리 모두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트라우마, 내면의 갈등과 싸우는 존재다. 이런 연관성을 떠올리면서 단절됐으나 다시 연결되고자 노력하는 제시카라는 인물을 그렸다."
즉 미지의 "쿵" 소리로 나타난 트라우마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제시카는 깊은 갈등의 골에 매여있는 콜롬비아, 더 나아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있는 우리들에 대한 비유이자 상징이다.
3.4. 사운드 엔지니어 에르난 vs 숲속의 에르난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위해 사운드 엔지니어를 찾아 비슷한 소리를 재현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양 사라졌다. "쿵" 소리와 마찬가지로 제시카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헤매는 동안 숲 속에 다다르자 또 다른 에르난을 만나면서 공간과 시간, 현실과 상상, 의식과 무의식이 경계선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젊은 에르난은 현대식 문물을 통한 여러 소리를 합침으로 "쿵"소리를 재현한 반면, 중년의 숲 속의 에르난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간직한다. 이런 면에서 이 둘은 비슷하고도 다른 존재인 셈이다. 같은 인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같은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에르난에서 중년의 에르난은 불과 며칠사이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가 어떤 존재인지, 그를 마주하는 제시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다.
3.5. 오래된 유골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서 진행하는 발굴 프로젝트에서 발견된 유골을 통해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이혼으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근원을 알수없는 소리에 혼돈스러운 제시카, 동생의 아픈 과거, 가혹한 역사에 파묻힌 원주민 등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아픔도 마주할 수 있다.
3.6. 아름다운 콜롬비아
긴 호흡의 롱케이크 기법을 쓰기로 유명한 위라세타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콜롬비아 곳곳을 마치 풍경화처럼 담아냈다. 아름다운 산과 정글, 사막과 해변을 모두 가진 콜롬비아도 눈에 담아보자.
4. 마무리 : 어려움 속 평온함
느리지만 긴 호흡의 영화이다. 보는 내내 눈이 스르르 잠겨 평온한 잠이 드는 작품인데 지루함에서 오는 졸음인지 감독의 의도대로 쌔근쌔근 잠을 잤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감독이 만들어 놓은 작은 우주선에 앉아 쌩!! 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닌 동동 떠다니는 우주선을 탄 느낌이다.
소리를 들으면서 시작하는 영화이지만 소리를 느끼면서 끝나는 영화로 독특한 감독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틸다 스윈튼은 인물과 배경에 완전히 스며든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조용하고 느리지만 평온한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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