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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연기경력 40년의 선동혁배우와 연극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정아미 씨의 주연 영화이다.

    이창렬 감독은 이 사회의 소외되고 또 약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전한다. 

    특히 배우 선동혁 씨는 이 영화 촬영 일주일 전 15년간 치매를 앓은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찍은 영화로 치매 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내 삶도 중요하지만 남의 삶도 망가뜨릴 수 있는 치매라는 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1. 줄거리 : 

    국악인으로 전국을 떠돌던 남편 동혁과 그의 아내 영희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치매로 두 사람의 일상은 흔들리게 된다. 30년 넘게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내의 병에 남편은 묵묵히 아내의 병을 받아들이고 아내를 간병한다. 하지만 영희는 이때까지 고생하며 희생한 자신의 처지에 치매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점점 더 병은 악화되어 간다.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았던 여러 치매증상을 보이고 끝내는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칼까지 휘두르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영희의 격렬한 몸부림에 병원은 사지를 묶는 방법을 택하고 그 모습을 본 동혁은 불같은 화를 내지만 병원에서는 정신병원을 권유한다. 

    어느 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동혁은 곱게 한복을 입은 영희를 휠체어에 태운채 저수지로 향하고 아내 앞에서 진혼곡을 쏟아내는 동안 영희는 먹던 음식이 목에 걸려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함께 오버랩된다.

    영희가 항상 말했던 "예쁜 기억만 가지고 꽃처럼 갈 수 있게 도와줘"하는 희망대로 살아서 걸어보지 못한 꽃길 대신 아내의 마지막을 꽃상여로 대신한 동혁은 휘황찬란한 불빛이 빛나는 도시와 바다를 가르는 다리를 건넌다.

    딸에게 영희의 일기를 전해 받은 동혁은 어스름하게 안개가 낀 어느 날 홀로 낚싯대를 들고 가 호숫가에서 홀연히 아내 곁으로 떠난다. 

     

    2. 영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영화 개봉 전에 벌써 전 세계 영화제 51관왕을 수상한 영화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불행히도 여전히 치매를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정신이 이상하다는 편견으로 사회적 지원 부족과 우리나라 전통적인 효(孝) 의식으로 가족들이 간병을 우선한다. 치매는 암과 같은 불치의 질병이다. 불치의 병을 간호하기 위해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버리면서 간병을 한다면 모두의 일상이 무너진다. 영화에서 영희 간병에 동혁과 딸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짐을 볼 수 있다.

    영희가 치매전문 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방에는 치매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적인 병원의 부재로 영희가 입원한 병원은 손발을 묶어 저항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본 동혁에게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으로 옮기라고 한다. 병원의 태도도 우리를 황당하게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알면 처참하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것은 한참 전이다. 치매를 질병으로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처를 마련해야 하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는 우리가 할 있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우리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져 그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가 생겼다. 이처럼 치매도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편견을 버려야 할 것이다. 

     

    3. 치매, 알츠하이머 그것에 관해

    치매가 기억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미래다. '뭐 하려고 했지?'라는 의문을 계속가지며 당장 앞에 닥친 일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다. 치매를 겪는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한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우리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고 그들의 기억의 문제보다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치매환자를 보면 항상 '집에 가고 싶다'란 말을 반복하는데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힘든 일 있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으면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원초적인 본능이다. 즉 낯선 곳에 던저진 채 있다고 생각하는 치매환자들의 감정적 고통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얼마 전 TV에서 독일의 한 치매환자 전문 요양원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접했다. 이 요양원은 항상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행방불명되는 치매노인을 위해 병원 근처에 <가짜 정류장>을 만들었다. 집을 찾아 나서는 치매환자들은 <가짜 정류장>에서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때 요양병원 직원이 와서 '버스가 오려면 한참 걸리니 일단 들어가서 기다려봐요'라고 다독이면 모든 치매환자들은 병원으로 다시 들어간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지만 지금 당장 집에 가려는 행위를 진행하였고, 가는 동안 뭘 하려 했는지 잊기 때문에 선뜻 요양병원 직원을 따른다.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가까 정류장>은 우리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리고 치매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연구표본 중 노트르담 수녀학교 출신 678명을 대상으로 한 수녀연구(1986)를 눈여겨 볼만하다. 뇌의 노화 연구로 흡연, 음주 등 결과를 왜곡할 습관이 없어 연구표본으로 적합한 사례였다. 연구에 참여한 수녀들의 나이는 75세 이상으로 사망 후 뇌를 연구용으로 기증하며 진행되었는데 평상시 멀쩡해 보였던 수녀들 중 뇌를 부검해 보니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된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수녀로서의 평범한 일상(기도문 외우기, 식사 등)을 보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러 상활을 확인해 보니 뇌라는 것이 신경세포가 죽긴 하지만 우회로를 계속 찾는데 우리가 어떤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 처음엔 기억을 못 하더라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중에 기억을 해내는 것이 바로 우회로를 계속 찾는다는 증거라 한다. 신경세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은 활발한 사회활동(밥도 같이 먹고, 규칙적인 생활, 봉사활동 등)에 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 설명한다. 그리고 연구결과, 수녀들이 쓴 글에서 단어 수가 풍부하고 어휘력이 좋을수록 치매에 적게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희망이나 낙관 등 긍정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어휘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장수하고 치매도 적게 걸린다고 결론 맺는다. 

     

    4. 총평 : 

    나는 20대 중반에 암으로 엄마와 이별을 했고, 3년전에 아빠와 또 한 번 이별을 하면서 치료 과정에서 두 분의 섬망(delirium)증세를 본적 있다.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나 수술 후 발생한 증상이니 의사는 섬망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올 것이라 말했지만 그 상황에 닥친 우리 가족들의 충격은 말할 수없이 컸다. 한 사람의 존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변한 부모님을 보니 눈앞이 캄캄했고 간병하는 우리도 힘에 겨웠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섬망이라 얼마 후 기억은 되돌아왔지만 이 영화를 보니 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기억나 한참을 먹먹하게 있었다.  

    이 영화는 고령화 시대에 우리와 사회가 어떻게 치매에 대해 대처해야 할지 그리고 가족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극 중 동혁은 우리의 창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중간마다 그가 하는 창은 우리 시대에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육성으로 남도민요를 불러 더 감동적이다. 

    마지막으로 어릴 때 본 상여를 매고 나가는 모습이 내 인생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부르는 우리 민요와 상여 모습을 보니 우리 문화에 대해 한번 더 배우게 되는 훌륭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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