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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러시아 영화로 감독은 알렉세이 게르마노비치, 주연은 야콥 디에프, 알렉산드라 체르카소바, 알렉세이 트로피모프 등이 맡았다.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1. 시대적 배경 :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는 1930년대 후반에 소련의 지도자였던 조셉 스탈린이 자신의 권력을 다지기 위해 수백만 명의 국민들을 체포, 고문, 처형, 강제노동, 추방 등의 폭력적인 수단으로 탄압했던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는 스탈린의 반대자들은 물론이고, 당의 지침을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 농민들, 소수민족들, 예술가들, 지식인들, 군인들, 공산당원들 등이 모두 숙청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숙청은 스탈린의 사냥개 역할을 한 비밀경찰 조직 NKVD (내무인민위원회)에 의해 집행되었는데 NKVD는 피고발자들에게 고문을 가하면서 자백을 강요하고, 재판이나 절차 없이 총살하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잔혹한 행위를 했다. 이러한 숙청은 '피의 대숙청’이라고도 불리며,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량학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시작은 1934년 12월 1일에 레닌그라드 공산당사에서 레닌그라드의 당서기이자 스탈린의 절친 키로프가 학생 레오니트 니콜라예프에 의해 암살된 사건이었다. 스탈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즉시 계엄령을 내리고, 스스로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키로프 암살사건이 자신과 반대파인 트로츠키와 그의 지지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당의 내부와 외부의 적들을 척결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당의 지도부와 군대, 지방당, 지식인, 예술가, 소수민족 등이 모두 스탈린의 타깃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어 고문과 사형을 선고받았다. 스탈린은 니콜라이 예조프를 NKVD 수장에 앉히고, 본격적인 대숙청을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실행했고 이 기간에 95만 명에서 120만 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며, 강제노동수용소에 보내진 사람들은 150만 명에 달했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는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까지 이어졌으며, 이후에는 니키타 흐루쇼프가 스탈린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숙청의 희생자들을 부분적으로 복권하고, NKVD의 권력을 축소하는 등의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진실은 소련의 붕괴인 1991년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도 연구가 진행 중인 역사적 상처이다.

     

    2. 영화의 줄거리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밀경찰 조직 엔케베데의 볼코노고프 대위는 주변의 조직원들도 심문받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곧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그는 탈출을 감행한다.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충격적인 만행 피해자들의 유가족을 찾아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볼코노고프 대위의 죄책감과 회개,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그리고 자유를 탐구한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스탈린 시대의 공포와 억압을 표현한다. 또한 그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작품으로 러시아의 문화적 전통과 종교적 신앙,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또한 러시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하며 러시아의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고통, 미래의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는 감독의 독창적인 영상미와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으로 평가받았다. 감동적이고 강렬한 음악과 사운드, 그리고 화려하고 섬세한 미술과 코스튬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역사와 인간,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감독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영화로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실과 용서를 찾는 영화다.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그리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화로 인간의 영혼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영화이다.

     

    3. 볼코노고프 대위의 삶과 죽음

    • 볼코노고프 대위의 삶 : 볼코노고프 대위의 모델은 바실리 블로히인이라는 사람으로, 1937년부터 1938년까지 7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총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 볼코노고프 대위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피해자들이 나오는 악몽과 환각, 환청으로 그들의 영혼이 자신을 쫓아온다고 느끼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냉대와 증오만 따라온다. 볼코노고프 대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으려 한다.
    • 볼코노고프 대위의 죽음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마지막은 볼코노고프 대위가 NKVD의 추격을 피하면서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유가족을 만나는 장면이다. 그는 아이를 살해한 죄로, 그의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려 하나, 그의 부모는 볼코노고프 대위를 용서해주지 않고, 오히려 총을 겨누고 죽이려고 한다. 볼코노고프 대위는 총을 들고 있는 부모의 손을 잡고, 죽이라고 소리치면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이 악몽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순간 NKVD의 총알이 볼코노고프 대위의 뒤통수를 관통하고 그는 쓰러진다. 속죄와 용서,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함으로써 악몽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던 그는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게 죽음을 당했다.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볼코노고프 대위의 죽음을 통해,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비인간적인 현실과 그로 인해 상실된 인간성을 재현하고자 했다. 엄청난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비록 용서를 받지 못하고 처절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볼코노고프 대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은 악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존재라 말하고 있다.

     

    4.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 역사적 진실과 인간성의 회복 : 이 영화는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피의 대숙청을 배경으로,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대위인 볼코노고프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을 찾아 용서를 구하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 당시의 비인간적인 현실과 그로 인해 상실된 인간성을 재현하고자 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자료와 증언을 꼼꼼히 조사하고, 실제로 존재했던 NKVD의 사형 집행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사용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실제로 피의 대숙청의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역사적 진실을 기억하고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부끄러움을 아는 자만이 인간이라는 주장 :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볼코노고프는 처음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고, 그들의 영혼이 자신을 쫓아온다고 느낀다. 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을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지만 그들은 그를 용서해주지 않고, 오히려 증오와 혐오를 내뱉었다. 볼코노고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으려 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부끄러움을 아는 자만이 인간이라는 주장을 하고자 했다. 볼코노고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은 악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경고 : 이 영화는 1930년대의 소련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경고도 함축하고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권력에 의해 억압되고, 차별받고,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즉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타인을 존중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역사적 진실과 인간성의 회복, 부끄러움을 아는 자만이 인간이라는 주장,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경고 등의 다양한 의도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면서,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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