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 : PART 1. 이승만의 두얼굴

 

 

'백년전쟁'은 2019년 개봉된 역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과 평가를 재조명하고자 만들어졌다. 제작사는 민족문제연구소라는 시민단체로 역사 교과서의 오류와 왜곡을 지적하고 역사 인식의 다양성과 정의를 주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국민의 아버지나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기존의 역사관에 반대하며 그들의 항일투쟁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 두 명의 두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실제 모습과 역사관을 낱낱이 조명한다.

'백년전쟁'의 긴 내용

독일 나치 요제프 괴벨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대중 선동에 천재였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어떤 나라에 처들어가면 그 나라 국민은 자동적으로 세 부류로 나뉜다. 한쪽에는 레지스탕스(Resistance, 저항세력), 다른 쪽에는 콜라보(Collaborator, 협력세력)가 있고, 그 사이에는 머뭇거리는 대중(Masses)이 있다. 그 나라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온갖 부가 약탈되는 것을 참고 견디게 하려면 머뭇거리는 대중을 레지스탕스 무리에 가담하지 않고 콜라보편에 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자 조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쪽에는 독립운동가들, 반대쪽에는 친일민족 반역자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있었다. 일본은 민중들이 친일파편에 서도록 치밀한 작전을 벌였다. 그 핵심이 바로 식민지 근대화론이었다. '일본이 낡은 조선을 발전시킨다' 이 얘기를 반복적으로 선전해서 일본의 식민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친일파를 앞세워 땅과 쌀, 이름과 말, 심지어 전쟁에 동원해서 생명까지 빼앗았다. 이에 맞서 독립운동 세력은 해외로 나가 임시정부를 세우고 독립군을 조직했다. 자신이 태어난 땅과 자기 민족을 지키고 싶었던 한국의 레지스탕스들, 그들은 동력을 되찾아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을 꾸며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일제 콜라보 친일파들은 천황의 신민으로 사는 것이 조선민족의 운명이라며 독립군들을 어리석은 자라고 비웃었다. 이들 중에는 혈서까지 써서 일본 군인이 된 자가 있었고(아래 사진)

박정희 만주군 중위

 

심지어 독립군을 잡아 죽이는 일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것이 독립군토벌을 위한 친일파 특수부대, 간도특설대였다.

간도특설대, 백선엽 중위, 김백일 대위

그래서 독립군들은 일제보다 친일파들을 더 증오하고 경멸했기 때문에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친일파 암살조직 의열단

콜라보 대 레지스탕스

한국의 레지스탕스들와 일제의 콜라보들 두 세력의 길고 긴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PART 1 : 두 얼굴의 이승만

1. 당신이 알지 못했던 이승만의 모든 것

몰락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이승만은 아주 일찍 기독교사상을 받아들였다. 당시 미국 기독교계는 조선의 기독교를 널리 전파해 줄 조선인 기독교인이 필요했고 이 사실을 잘 아는 이승만은 목회자가 되겠다는 서약을 하고 조지워싱턴대학 특별생으로 편입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갖은 특혜로 프리스턴 대학과 하버드에서 각 박사와 석사의 학위를 따게 된다. 

한국인이자 교육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선례를 자기들 학교에서 배출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조선에 기독교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열망에 힘입어 얻은 명문대 학위는 이승만의 전지전능한 수호천사가 되어 주었다. 그것은 그의 광적인 지지자이자 추종자를 모아주었고 그가 출세의 문을 두드리면 그 문을 활짝 열어주는 프리패스 카드였다.

 

2. 하와이언 갱스터

1913년 하와이에 도착한 그를 부른 건 레지스탕스이자 하와이에서 독립군부대를 만들고 사관학교를 설립하였던 독립운동가 박용만이다. 그를 돕기로 한 이승만은 교인들의 교육사업을 진행하였데 그의 교육내용은 다른 독립운동가가 가르치는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호놀룰루 스타블러틴 신문 내용 중 : 이승만 박사는 한인 학교에서 '반일사상'을 가르친다는 것을 부인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반일감정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일본 신문들은 나에 대해 오해를 하지 말길 바란다. 오해는 빨리 풀수록 좋다.

워싱턴 포스트

또한 일본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하와이 오기 직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회견에서 놀랍게도 이런 말을 했다.

"한일 합방 후 3년도 지나기 전에 한국은 낡은 인습이 지배하는 느림보 나라에서 활발하고 떠들썩한  산업경제의 한 중심으로 변모했다." 

이승만의 말은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과 똑같다.  미국 신문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말을 했다니 그의 속셈을 알 수가 없다.

그는 아주 머리가 비상했다. 당시 친일성향이 강한 미국을 대할 때는 일본의 조선지배를 지지하였고, 한국인들과 있을 때는 반일사상이 강한 교육자로 변신했다. 그런 이중플레이를 통해 그는 하와이 한인사회의 지도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와이 한인들은 대부분 저렴한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낮은 학력, 영어 소통능력의 부족으로 미국에서 멸시받는 존재였지만 이승만은 미국 아이비리그 박사에 하와이 기독교계에서 존경할 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끝에다 입김을 부는 이상한 버릇을 보이며 자신을 안중근과 같은 독립운동가로 알리기 위해 종종 "내가 일본 감옥에서 고문을 당해 아직도 손끝이 시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고종 말기에 기독교 선교 문제로 잠시 감옥에 갇혔을 뿐 평생 일본감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자신을 영웅, 역전의 용사, 일본의 고문을 이겨낸 인물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다.

 

그러나 순진한 한인들에게는 이것이 잘 먹히고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자 기세등등해진 이승만은 박용만을 지지하는 하와이 국민회를 장악하려 했다. 당시 하와이 국민회는 한인들이 정기적으로 독립금을 내서 미주지역 최대 독립자금 조달체였고 이 사실을 잘 아는 이승만은 국민회를 장악하기 위해 싸우면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들에게 테러도 불사했다.   

그리고 현란한 부동산 재태크에 착수했다. 1914년 7월, 이승만은 한인들이 모아준 여학생 기숙사 건립기금 2400달러로 부동산을 구입한 후 바로 그날 그 땅을 담보고 1400달러를 빌렸다. 그 후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인들의 재산을 담보로 대출로 돈을 챙기고 마지막에는 자기 소유로 만들고,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여 목돈을 챙겼다. 이것이 하와이안 갱스터의 재테크 비결이다. 

 

3. 악의탄생

하와이 국민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승만이 장악한 국민회의 공금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승만의 퇴진을 요구했다. 추종자를 동원해 물증을 빼앗고 입을 막으려 했지만 그들이 폭력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자, 위기를 느낀 이승만은 비상한 머리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냈다.

먼저 이승만은 재정문제를 제기한 국민회 대의원들을 경찰에 고발했고 1918년 하와이 법원에서는 법정 증인으로 나와 미국 판사를 향해,

"판사님 이들은 박용만 패당이며, 미국 영토에 한국 군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위험한 반일행동을 하며 일본군함 이즈모호가 호놀룰루에 도착하면 파괴하려는 음모까지 꾸민 인물들입니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중대한 사건을 일으켜 평화를 반대하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이런 증언을 했는데 이승만의 이런 행위는 자기 조국에 대한 명백한 반역행위가 아닌가?

 

4. 똑바로 뽑아라

1919년, 30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아일랜드는 식민지였지만 민족성을 잃지 않고 독립을 위해 영국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해 3월, 한국에서도 일본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무려 200만 명이 참가한 거대한 항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되거나 처형됐다. 그러나 조선인들의 독립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수많은 민중들이 만주로 가서 독립군이 되었고, 홍범도 같은 무장봉기의 지도자들은 독립군부대를 이끌고 국내로 진격하며 일본국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때 저명한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상해에 모여 임시정부수립을 준비했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헌법을 만들어 독립운동의 최고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최고의 지도자로 이승만을 추천했다.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걸까? 이유는 임시정부 구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황해도와 경기지역 출신 기독교인 기호파 개신교 세력으로, 미국에서 활동했고 자기들과도 가까운 사람인 이승만을 뽑았던 것이다.

상해임시정부 사람들

안타깝게도 지도자가 될 사람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왕이면 같은 지역 출신, 기왕이면 같은 종교, 기왕이면 학벌이 높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결국 돈과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던 것이다. 

 

하와이에서의 전적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제일 먼저 임시정부의 돈줄부터 장악하려 했다. 워싱턴에 구미위원부를 설치하고 독립운동에 쓰겠다며 국채를 발행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목표액은 5백만 달러(현재 약 8천억 원)로 스케일이 엄청 커졌다.

그런데 큰 장애물이 있었다. 임시정부가 이미 독립운동 성금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즉시 모금은 중단하라고 명령하고 본색을 드러내며 정부에서 거둔 돈도 전부 넘기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기호파 세력이 아닌 정부 요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는데, 그들은 이미 한인이 내는 성금으로 국내 비밀 조직 확대, 만주의 독립부대를 통합하며 본격적인 독립전쟁 준비에 착수했다. 놀랍게도 캘리포니아에 비행학교를 세워 공군창설까지 추진했음에도 이승만은 집요했다. 상해에 파견한 자신의 심복인 안현경을 통해 기호파 세력을 움직여 정권 장악을 추진했고, 결국 1920년 3월 독립성금을 둘러싼 갈등은 이승만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임시정부는 내분에 휩싸이면서 다시 이승만의 사퇴를 요구했다. 독립운동에 열을 올려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 이런 문제로 내분이 생기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캘리포니아 공군창설

 

이승만(가운데 아래쪽)

 

임시정부의 돈줄을 장악한 이승만이 미국대륙을 돌아다니며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벌였던 그해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덜컥  MANN ACT(맨 법률 위반)으로 미국 수사관에게 잡혔다. 당시 미국은 청교도적인 분위기가 강해 부도덕한 성관계를 목적으로 여자를 데리고 주경계선을 넘으면 불법이었는데 그것으로 기소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독립군은 물론이거니와 독립성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큰 일이었기에 친분이 있던 백인 유력인사와 접촉 후 그들의 증언으로 그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왔다. 그제서야 이승만은 대통령이 된 1년 만에 상해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6. New Democracy 새로운 국가

일본과 미국이 친할때는 외교노선이 제일이라라던 이승만, 이제 일본이 미국의 적이 되자 화려한 변신을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을 발전시킨다고 극찬했던 그가 감쪽같이 반일항쟁 투사로 변모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 유력자들을 만나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임시정부는 연합군의 일원으로 대일전에 참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의 전략첩보국(OSS)이 한국인들을 한국과 일본에 침투시켜 대일전에 활용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미국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이승만과 접촉해 그가 OSS와의 관계를 개인적 대외 선전활동에 이용한다 판단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는 동시에 임시정부 광복군에 직접 손을 내밀었다.      

1945년 5월 마침내 임시정부는 OSS와 한미공동작전에 합의했는데, 이것이 바로 국내진공작전이라 불리는 이글프로젝트(EAGLE PROJECT)였다. 

김구 선생과 OSS 소노반 소장

이글 프로젝트 멤버들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도 광복군 병사들은  만약 광복군이 국내로 들어와 직접 일본군을 몰아낸다면 임시정부가 한국의 독립에 대해 당당히 발언을 할 권리를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독립운동가들이 구상해온 국가를 세울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그것은 바로  New Democracy, 새로운 국가였다.

한국의 레지스탕스들이 꿈꾸던 나라, 그것은 지금의 프랑스나 영국 같은 유럽국가들과 가장 비슷하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민들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분야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은 프랑스처럼 대학 등록금까지 무료로 해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당시 사료를 보면 독립운동가들은 자신들을 혁명가로 생각했다. 그 전의 사회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 자유로운 사회, 평등한 사회, 착취가 없는 사회 즉 민주공화국이다. 

임시정부의 활발한 움직을 파악하자 초초해진 이승만은 이 상황을 역전시킬 승부수를 찾았다. 바로 맥아더 장군이다.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는 미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로 일본이 항복하면 한국문제 실권도 그가 쥐게 되고, 결국 맥아더의 선택을 받는 자가 한국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다. 그가 철저한 반공주의자임을 아는 이승만은 맥아더를 미친 듯이 공략하며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에 맥아더는 이승만에게 호의가 담긴 답을 한다. 

 

그러나 광복군의 활약이 펼쳐지기도 전에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은 예상외로 빨리 항복을 선언했다. 이것은 독립운동가들에게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대일전에 참전을 못했으니 당당하게 독립을 주장하는 권리를 얻지 못하는 것을 물론 이제 강대국들은 한국을 마음대로 이용하려 들것을 직감한 김구는 조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소련의 꼭두각시가 되어 대리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독립운동가들은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긴 비통함이 묻어있다.

비통한 모습의 김구 선갱과 독립군들

 

맥아더 장군과 히로히토의 만남, 정지적 거래의 그날

맥아더를 향한 이승만의 끝없는 구애의 편지가 계속되던 이때 맥아더는 도쿄에서 일본 문제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연합국들이 침략전쟁의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하면서 히로히토 그는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을 받을까 봐 잠도 제대로 못 이룬 상태였다. 9월 27일 히로히토는 조용히 맥아더를 찾아가 정치적 거래를 시도했다.

 

히로히토와 맥아더의 만남 후 맥아더는 정의의 이름으로 히로이토를 처벌했을까? 아니면 미국의 국익을 확대하려고 정치적 거래를 수락했을까? 자신의 조국을 위해 삶을 바쳐온 애국자 맥아더는 히로히토를 전범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그 대가로 미국은 일본에 계속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는 권리를 얻으면서 동북아 방어의 교두보를 열었다.

이제 다음 차례는 한반도 문제였다. 미국의 영웅 맥아더, 그는 어떤 사람을 한국의 대통령으로 세우고 싶었을까? 맥아더 본인 처럼 애국자를 생각했을까? 아니다.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인물을 원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1945.10.13 이승만은 도쿄로 향했다. 이제 한국의 미래가 결정될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